산에서 일부러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은 없다. 없다고 믿고 싶다.
예전에는 과자 봉지나 통조림을 먹고난 후에 빈 깡통 등을 그대로 버리는 일이 많았다.
그냥 버리기 미안한지 사람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숲 한쪽에 쓸쩍 버리기도 했다.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제 이런 부끄러운 행위는 하지 않는다고 본다.
하지만 버려야 할 것이 사과나 귤 등 과일의 껍질이나 작은 휴지 한 장 정도라면 어떨까?
아직 이런 부분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상식(?)이 우선하는 것 같다.
"금방 썩을 텐데 뭐."
"배고픈 야생동물의 먹이가 되지 않겠어?"
이런 생각이다.
'자연에서 난 것을 자연으로 돌려주는' 좋은 마음으로 거리끼지 않는 분도 계시는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과일 껍질이나 화장지 한 쪽이라도 산에 버리지 말아야 한다.
야생동물의 먹이가 될 것이라는 생각도 순진하다.
잔류농약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야생동물은 각자의 생존방식으로 수만년을 살아왔기 때문에
인간이 주는 먹이는 달갑지 않다.
방사된 지리산 반달곰 한 마리도 등산객이 준 먹이를 날름날름 받아먹다
결국 야생 부적응으로 다시 우리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산행을 하다가 귤이나 사과·달걀 껍질이 말라가면서 화석화 되어가는 광경을 보면 기분이 좋지 않다.
자연의 품에 왔는데 문명의 쓰레기를 만나서이다.
과일 껍질의 자연분해 기간은 6개월.
김밥을 먹고 난 후 버린 나무젓가락은 20년이 걸린다.
스티로폼 도시락은 무려 500년.
캔맥주를 먹고 던져놓아도 500년 동안 남는다.
하물며 산악회에서 후미를 안내하기 위해 화살표를 그린 종이도 분해되는데 5개월이 걸린다.
가끔 온전한 물병도 떨어져 있다.
배낭 옆주머니에서 빠져나온 것이리라.
내가 좋아 온 산에, 흘리고 가는 것은 없는지 가끔 뒤돌아 보자.
- 부산일보 이재희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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