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카페 <산모듬> 무명암님께서 올린 글을 옮겼습니다.
오늘 남명에서 아랫재로 올라 오심골 가기 위해 내려가던중 10월 20일 산행에서 보지 못했던 파란락카칠이 보이기 시작해 나무와 돌에 칠해진 개수를 세기 시작했습니다.
서북1릉, 북서릉 들머리까지 44개의 파랑색 락카칠이 있었습니다. 물론 사진을 찍었지만 제가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가 없고 산행기를 작성해 본적도 없어 이렇게 글로 대신하는게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계곡을 건너 북서릉 들머리까지 28개의 파랑색 락카칠이 있더군요. 락카칠은 화살표가 주고 동그란 원 (가운데가 메워진), 나무에 칠해진 가로 막대 , 세로 막대가 있었습니다. 북서릉입구의 바위에 전에는 가운데 녹색의 꺽어진 화살표가 있었는데 양 옆면으로 북서릉이라는 글씨가 화살표와 함께 쓰여있더군요. 다시 북서릉들머리에서 서북1릉 들머리까지 41개의 파랑색 락카칠이 있더군요. 서북1릉들머리에 각 바위에 오심골, 서북1릉 이라는 글자가 화살표와 함께 있었습니다. 이후 오심골의 오심폭포를 거쳐 가지산 정상옆의 헬기장날머리까지 102개의 파랑색 락카칠을 보아야했습니다.
그리고 정상을 거쳐 석남사주차장까지 오는중에는 락카칠을 못 봤는데요, 하루 총 215개의 아주 최근에 칠해진 파랑색 락카칠을 보았습니다. 영알의 락카칠쟁이가 최근(10월31일,11월3일) 여기를 다녀가더니 원시자연의 계곡이 갑자기 사람의 때묻은 허접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 일지 산을 사랑하시고 영알을 사랑하시는 님들은 경험적으로 아시죠?
오늘 산행중 그리고 지금도 우울합니다. 숨은폭포계곡, 은수샘, 금수샘 사건때 저는 빨리 그 현장에 가 보아서 그게 누구의 작품인지 알았습니다. 그때 밝혔더라면 오심골의 수난은 없었을 텐데요, 저는 인간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한 번의 실수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이가 파워블로거로서 진정한 산꾼으로 성장해주길 바랬습니다. 그만큼 충분한 산행경험이 있고 그럴 만큼의 연배도 있엇으니까요.
산행은 여러분께는 어떤 의미인가요? 지금 이순간 자신에게 진지하게 질문해 보십시요. 저는 산행은 고생을 자발적으로 선택해서 산이라는 미지의 공간에서 모험과 도전, 자유와 성취, 인생의 보편적 진리를 확인하는 배움의 장이 아닌가 지금 생각합니다. 인생처럼 스스로 순간 순간 선택하고 그 책임을 지게되고 그 순간의 과정을 즐기는, 그래서 사회생활에서 맛보기 어려운 자유로움을 느끼는, 그래서 점점 더 힘들고 어려운 코스에서 무사히 완주했을 떄 더 큰 기쁨과 희열을 느끼는 것 아닐까요.
락카칠과 리본질은 산행의 재미를 줄이지 않는 범위내에서 최소한으로 제한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초보자도 시간이 지나면 중급자,상급자가 되거든요. 이번 락카질쟁이처럼 자기의 욕심(자기 블로그를 보고 산행하는 사람을 위해 최대한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그래서 방문자숫자를 늘려 파워블로그를 계속 유지하려는 세속적 이해)만으로 수 많은 리본을 달고, 스스럼없이 락카칠한다면 산속이나 산밑이나 다를게 뭔가요.
사람의 때묻지 않은 원시자연에서 감동을 받고, 살아갈 용기를 얻고, 세속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거 잖아요. 그런데 우리 스스로가 산에다 쓰레기를 버리고, 자연을 훼손하고, 리본과 락카로 산길을 더럽히면 결국은 그 피해는 우리 자신에게로 돌아 오지 않습니까? 이번 락카질쟁이는 어쩔 수 없이 용서해야겠네요. 여러분도 용서하십시요. 감사합니다. 제발 마음을 비우고 산행하시요.집착을 버리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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