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길에 겪는 고통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지팡이(알파인스틱)를 쓰기로 해 놓고도 궁금증은 가시지 않는다.
한 개를 사야 하는지 두 개를 사야 하는지에서부터
길이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손잡이에 달려있는 끈은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은 뭔지 등등.
우선 알파인스틱을 몇 개 들고 다녀야 하는지부터 알아보자.
스키어들을 보면 스틱을 항상 두 개씩 들고 다닌다.
좌우 균형을 급히 맞춰야 하는 스키의 특성상
스틱 한 개로는 효과적인 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알파인스틱도 기본적으로 두 개를 사용하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등산은 스키와는 달리 급한 방향전환을 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두 개의 스틱이 아니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두 개를 들고 산행을 해 보면 익숙해진 경우에도 거추장스러울 때가 간혹 있다.
본보 역대 산행대장들은 대부분 한 개의 스틱만으로 하산길을 나는 듯이 잘 내려 갔다.
옛 지게꾼들이 하나의 지팡이만으로 산길을 평지처럼 다닌 것을 보면
중요한 것은 요령이지 스틱의 개수는 아니다.
스틱을 하나라도 사용해 보고 하나만으로 균형을 맞추기 어렵다는 느낌이 든다면
하나를 더 구입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다.
스틱의 길이는 키 170㎝의 성인을 기준으로 120~130㎝ 정도가 적당하다.
스틱을 잡았을 때 팔이 90도에서 약간 더 구부러지는 느낌이 들어야 편안하다.
올라갈 때는 약간 짧게 내려갈 때는 약간 길게 해야 한다고들 하지만
10㎝ 내외의 길이를 일일이 조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알파인스틱의 길이를 키 170㎝ 성인 기준으로 120~130㎝ 정도 해야 한다고 했을 때
그 길이를 어떻게 매번 맞출까?
길이를 늘였다 줄였다 하면서 팔이 90도 정도 꺾이는 길이를 찾을 수 있겠지만
산행 도중 길이를 재빨리 맞추기란 쉽지 않다.
이럴 땐 스틱의 하단부부터 차례로 정지선 근처까지 뽑아 고정시킨 뒤
맨 윗부분의 눈금을 맞추는 방법으로 길이를 고정하는 방법을 써 본다.
이렇게 한 뒤 윗부분 눈금을 외워 놓으면
매번 그 눈금에 맞춰 고정시키기만 하면 되므로 재빨리 스틱 길이를 조정할 수가 있다.
이 경우 스틱의 하단부는 정지선 근처까지만 뽑는다.
정지선을 넘어서거나 너무 정지선에 가까우면 측면으로 힘을 과도하게 받을 경우
스틱이 부러질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한다.
사용한 뒤에는 물기와 이물질을 반드시 제거해 줘야 스틱을 오래 사용할 수 있다.
물기나 미세한 흙 따위가 스틱의 고정부 사이로 스며들 경우
녹이 슬거나 스틱 길이 조정 부위가 고장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물질 제거 시에는 마른 헝겊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사용한 스틱의 흙을 털고 스틱 접합부로 물기가 스며들지 않도록 정성껏 닦아 준다.
스틱을 오랫동안 사용해 온 등산객 가운데에는 스틱 접합부가 뻑뻑하다며
기름칠을 하는 경우가 있으나 되도록이면 기름칠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최근 제작되는 스틱들은 접합부 내부의 잠금장치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고 있어
기름칠을 할 필요가 없다. 과도한 기름칠이 되레 기능에 장애를 가져올 수도 있다.
스틱 내부에 녹이 너무 슬어 스틱을 뽑을 수 없을 정도가 아니라면 기름칠은 삼가도록 하자.
"알파인스틱 손잡이를 잡을 때 옆을 쥐어야 하나요, 위를 쥐어야 하나요?"
등산을 다니며 알파인스틱을 꽤 사용했다는 등산객들도 간혹 이 같은 질문을 해 오곤 한다.
알파인스틱을 쥐는 방법을 알기 위해서는
손잡이 위에 붙어있는 끈(스트랩) 사용법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스틱은 일반적인 지팡이와는 달리 손으로 꽉 쥐어 힘을 아래 방향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손은 스틱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만 쥐고
오히려 스트랩이 아래 방향으로 힘을 받도록 내리 누르는 것이 정석이다.
정석대로 하려면 스트랩을 손에 올바로 거는 방법부터 익혀야 한다.
스틱을 세웠을 때 아래쪽으로 늘어진 스트랩에 손을 아래에서 위 방향으로 넣고
스트랩과 스틱 손잡이를 함께 움켜쥐는 것이 올바른 파지법이다.
이렇게 스트랩을 쥐면 유사시 손을 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손잡이를 놓기만 해도 스틱이 자연스럽게 아래로 늘어뜨려지기 때문에 손을 사용하기 수월하다.
뿐만 아니라 스트랩이 손날과 손목 사이에 걸쳐지면서
힘을 받아 자연스럽게 스트랩을 이용한 힘 전달이 가능해진다.
하산길을 내려갈 때에는 스틱 손잡이의 윗 부분을 감싸 쥐듯이 잡고
내리 누르는 것이 올바른 파지법이다.
이때에도 스트랩은 일반적인 경우와 마찬가지 방법으로 걸어 놓으면
가장 자연스럽게 힘이 전달된다.
스틱은 수직 방향 이외의 힘에는 아주 약하기 때문에
스틱을 짚을 때에는 수직을 유지하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다.
나무지팡이처럼 남은 한 손으로 스틱 중간 부분을 잡고 올라가거나
다른 사람을 당길 때 사용하다가는 큰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
- 부산일보 이상윤 기자 -
- 사진자료 : 아웃도어닷컴 -
'산에 관한 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길 보행법은 따로 있다. (0) | 2009.11.01 |
---|---|
고어텍스 알고 사 입자 (0) | 2009.11.01 |
젊은 사람이 웬 지팡이? (0) | 2009.11.01 |
내려가는 것이 더 힘들다 (0) | 2009.11.01 |
배낭에 관한 이야기 (0) | 2009.11.01 |